2025년 상반기 회고

저는 지금 파리에 가는 비행기 안에 있습니다. 한 3주 정도 파리와 칸에서 반반 머물 것 같습니다. 주 목적은 칸에서 열리는 EthCC 참석 및 관련 이더리움 행사들에 도장을 찍는 건데, 겸사겸사 처음 온 파리도 구경을 같이 해보려고 합니다. 미술관 가는 걸 한창 좋아했었는데 파리에는 가야 하는 미술관이 여러 개가 있네요. 기대가 됩니다.
지난 2년 간 반기마다 회고를 했었고, 이제 2025년 전반기에 대한 회고를 할 시간입니다. 저 당시에는 현업에 있었던지라 주로 6개월 간 어떤 일들을 했는지를 적었었는데, 저는 이제 다시 학생 신분으로 돌아와 조금은 다른 성격의 글이 될 것 같습니다. 회고는 하는 순간에는 매우 귀찮은 일인데, 하고 나면 아주 큰 자산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 스스로의 기억력이 그리 좋지 않은 건 차치하고서라도, 그 순간의 감정을 기록한다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습니다.
두번째 복학
2년 간의 휴학을 마치고 드디어 다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학교로 돌아온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건 다시 공부를 하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현업에서도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고 실제로 많이 성장했는데,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영역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느낍니다. 지식은 요즘 유튜브나 유데미 통해서 차고 넘치게 배울 수 있지만, 과제를 하거나 시험 준비를 하며 스스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점이 매우 강력한 학습 효과임을 체감했습니다. 또한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배우니 공부에도 흥미가 생깁니다. 덕분에 성적도 커리어 하이를 찍었습니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학기였습니다.
자세한 과목별 후기는 제 개인 Github에 저장해두었으니 관심 있으시면 슬쩍 둘러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PF (Ethereum Protocol Fellowship)
이더리움 재단에서 주관하는 Ethereum Protocol Fellowship에 6월부터 참여합니다. 약 5개월 동안 이더리움 코어 개발자들과 함께 주어진 프로젝트를 능동적으로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Permissionless participant라고 합니다), 사전에 선정된 펠로우에게는 이번 연도 EthCC@Cannes와 DevConnect@Argentina 참석에 대한 지원을 해주는 등의 혜택이 있습니다. 운이 좋게도 선정된 18명 중에 한명에 포함되어,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기존에 몇 번 기여를 한 바 있었던 Prysm 팀과 같이 협업을 해보고 싶어서, 팀이 제안한 프로젝트들을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지켜보고 있는 프로젝트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일단 Beacon State에서 Merkle Proof를 만드는 방법을 일반화하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고, E2E 테스트를 이더리움 코어 생태계에서 주로 쓰는 Kurtosis 기반으로 마이그레이션하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번에 프랑스에 온 이유도 앞으로 할 프로젝트에 대한 프로포절을 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며칠 안 남았는데 일단 첫번째 프로젝트에 대한 간단한 PoC (Write up)를 완성해 가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EPF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회고들에서도 오픈소스 기여에 대한 흥미를 드러냈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좀 더 체계적으로, 의미 있는 기여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싶습니다. 후반기 회고 때 어떤 일들이 있을지 기대해주세요!
Ream Contributor
작년 12월부터 이더리움의 거대한 미래 중 하나인 Beam chain에 기여하는 팀인 Ream에 컨트리뷰터로 소속되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월에는 Beam chain을 주제로 한때 열심히 활동했었던 카이스트 블록체인 학회 Orakle에서 연사로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학회원에서 연사로 참석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봄학기 개강 전까지는 조금씩 시간 내서 Ream 팀에 기여할 수 있었는데 (주로 zkVM과 암호학 (BLS, Merkle Proof 등) 관련한 작업을 맡아서 했습니다), 개강 후 몰아치는 과제들을 하나씩 쳐내느라 아쉽게도 기여를 거의 못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 및 가을학기 (조금 널널하게 들을 생각입니다)에는 더 많은 기여를 하고자 합니다.
마치며
이르면 내년 여름에는 졸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졸업이 곧 다가오고 있는 만큼 앞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서울에서 정리하고 대전으로 내려오면서, 앞으로 무슨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고 싶은지는 나름 확신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일단 이번에 벌려놓은 일들부터 잘 마무리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