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하반기 회고

2025 하반기 회고
파타고니아 피츠로이 - 인생 버킷리스트 달성했습니다.

English version: https://junsong.xyz/2025-h2-retrospect/

벌써 3년째 이어가고 있는 회고입니다. 나름의 의무감으로 시작한 기록 남기기용 회고가 루틴이 되가고 있는 것 같아 좋네요. 근황 정리용으로도 종종 쓰입니다. '저 요즘 이렇게 지내요..!'

상반기는 오랜만에 복학해 학교 공부를 열심히 했었다면, 하반기는 전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며 즐거우면서 유익한 경험들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재학 중인 상태로 돌아다닌 거라 이번 학점은 어디 자랑할 수준은 아니네요. 😅) 순수 비행 시간만 계산해보니 120시간이 넘더라구요. 영어도 꽤 자주 쓰게 되니 이제는 말하기 근육이 조금 생겼는지 나름 편안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어느 나라를 가든 같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친구들도 생겼습니다.
많은 순간들이 기억에 남지만, 30여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처음 착륙하던 그 설렘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살면서 한번은 와볼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언젠가는 꼭 가봐야지 했던 곳이었거든요. 휴학생 신분이었으면 좀 더 길게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런 아쉬움은 다음 여정을 향한 또다른 원동력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회사를 다니던 2023~2024년과는 다른 방향으로 성장을 많이 한 것 같은 2025년이라, 내년이 기대가 많이 됩니다. 2026년까지 하루도 안 남은 지금, 이번 연도 하반기를 회고해봅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회고는 아래에 있습니다.


EPF (Ethereum Protocol Fellowship)

with Nando | EPF Day @ Buenos Aires, Argentina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EPF (Ethereum Protocol Fellowship)의 펠로우로 선정되어, 이더리움 코어 개발 관련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프랑스, 아르헨티나도 가볼 수 있었네요.
21년도 군대에서 처음 비트코인/이더리움을 접하고, 그 당시 투기적인 분위기를 스스로 걷어내면서 기술적인 부분들을 공부하기 시작했었습니다. "코어 개발"이라는 네글자가 너무 멋있어서, 전역 후 전산학부로 전과하기도 하고, 첫 회사도 코어 개발을 할 수 있는 회사를 들어갔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이더리움을 제일 좋아하게 되었고 (수백개의 이유가 있는데 여기서 풀기엔 좀 깁니다 😁), 자연스럽게 이더리움 프로토콜을 직접 개발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네요. EPF로 맺은 인연을 통해 내년에는 더 본격적으로 "이더리움 코어 개발자"로 커리어를 가져가고자 합니다.

자세한 회고는 이전에 작성한 글을 보시는 편이 좋을 거 같습니다!

EPF6를 마치며 (EthCC ➡️ Devconnect)
English version of this article: Link 2025년은 저한테 굉장히 의미 있는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EPF(Ethereum Protocol Fellowship)의 여섯 번째 기수로 참여 및 완주를 한 경험이 그 중 꽤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난 6개월 간의 회고 겸, 이후 EPF의 펠로우로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EPF6 Final Report - HackMD
💻 Designed and developed a query language for a arbitrary SSZ object from scratch, on Prysm.

Ream & lean Ethereum

작년 Devcon에서부터 이더리움의 장기 로드맵인 lean Ethereum(leanroadmap.org)에 관심을 가졌고, Ream이라는 팀에 속해 짬짬히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하반기는 주로 양자내성 암호학(Post Quantum Cryptocraphy)을 활용해 클라이언트를 새롭게 만드는 중이었습니다. 올해 10월 영국 케임브릿지에서 이더리움 재단이 주관한 PQ Workshop이 있었는데, 워크샵 마지막 날에 첫번째 데브넷(Devnet) 시연이 있었습니다. 전날 밤까지 Jesus College 카페 어딘가에서 치열하게 디버깅했고, 서로 다른 클라이언트끼리 소통하는 시연을 잘 마무리했던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11월 아르헨티나 출장 이후로 여러 개인적인 일정들이 겹쳐 최근엔 시간을 많이 못 쏟고 있는데, 1월부터는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을 다시 찾아서 시간을 쓸 예정입니다.

아쉬운 2025년 가을학기

학기 시작 전부터 11월 중순 아르헨티나(Devconnect)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을학기는 의도적으로 힘을 좀 뺐습니다. 출석도 아예 안하거나, 온라인 수업 위주인 과목들로 구성했습니다. 사실상 최소 수강 학점인 13학점으로 가을학기를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성적만 놓고 보면 아쉬운 학기였습니다. 어찌 보면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아르헨티나 출장과 시너지가 날 것 같았던 스페인어 회화는 단어 암기 이슈로 C+(...)을 받아 외고 출신이 무색해졌습니다. 전산망 개론(a.k.a 네떡)은 컨셉은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교수님의 창의력 문제에 아쉽게 B+을 받았습니다.
저번 학기 정보보호개론에 이어 수강한 허기홍 교수님의 프로그램 논증 수업은 기말 시험을 나름 잘 봐 A+을 받는 소소한 성과를 이뤘습니다. 학기 초에 얄팍한 철학 지식을 섞어 작성한 에세이도 여기에 올라가 있습니다. 논리적 글쓰기인성/리더십 수업은 언젠가 있을 졸업을 위해 꼭 들어야 하는 수업들이라 무사히 마무리한 것도 하나의 성과겠네요.

2026년 - Hello, New York!

곧 미국으로 출국합니다. 이민이나 유학 가는 건 아니고, KAIST-NYU 부전공 프로그램 차원에서 약 4개월 정도 뉴욕에서 지낼 예정입니다. 부전공은 Cybersecurity로 선택했습니다. 다른 부전공들에 별로 관심이 없기도 했고, 블록체인/이더리움도 넓게 보면 정보 보안 카테고리에 꽤나 관련이 있어 시너지가 날 것 같습니다. 계획으로는 종강 이후 Academic Training이라고 하는, 전공과 연관되어 실무를 하면서 체류를 더 할 수 있는 정책이 있는데, 희망사항으로는 뉴욕에서 짧게나마 엔지니어로서 업무 경험을 쌓고 돌아오고 싶기는 합니다. 아직 결정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내년 여름에 어디에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브루클린의 살인적인 거주비는 다행히도 한국산업진흥원에서 선정한 한미 첨단분야 청년교류 장학금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될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의 미국 기관 및 금융계에서 적용 동향을 조사하는 거창한 과제를 맡게 되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부터가 최근에 핫해진 주제이고 이더리움 재단 차원에서도 Settlement Layer로써 블록체인 시스템을 밀고 있는 중이라 꽤나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도시에서 몇개월 살아본다는 것은 매우 설레는 일입니다. 미국 공항 밖을 나가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기도 합니다. 미술관 가는 걸 좋아하고, 그 중 현대 미술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라 NYU 학생증 하나 들고 MoMA를 자주 가볼 것 같습니다. Web3 허브이기도 해서 업계 사람들도 넓게,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