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F6를 마치며 (EthCC ➡️ Devconnect)

EPF6를 마치며 (EthCC ➡️ Devconn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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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저한테 굉장히 의미 있는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EPF(Ethereum Protocol Fellowship)의 여섯 번째 기수로 참여 및 완주를 한 경험이 그 중 꽤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난 6개월 간의 회고 겸, 이후 EPF의 펠로우로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적습니다.

What is EPF?

Ethereum Protocol Fellowship의 약자로, 이더리움 재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코어 개발자들에게 어쩌다가 코어 개발에 들어오게 됐는지 물어보면 정말 천 개의 이유와 경로가 있는데, EPF는 나름의 체계와 생태계 내에서 평판을 갖추고 있어 코어 개발 온보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여섯 번째 기수(cohort)가 막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이번 기수 같은 경우 2025 4월에 펠로우 모집을 시작했고, 5월 20일에 합불 여부가 결정이 났습니다. 불합격 되더라도, EPF 자체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기 때문에 원한다면 Permissionless한 방식으로 참여가 가능합니다. Permissioned와 Permissionless 펠로우의 차이는 금전적인 지원(Monthly stipend, EthCC & Devcon(nect) 경비)을 제외하면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Permissionless로 들어와도, 기간 동안 괜찮은 성과를 보여주면 Permissioned로 전환이 되어 지원을 받는 케이스도 꽤 있었습니다. ("괜찮다"는 상당히 주관적인 영역인데 운영진과 멘토의 종합 평가가 들어가는 듯 합니다.)

Project Proposal Presentation @ EthCC (June 2025)
Final Presentation @ Devconnect (Novemeber 2025)

올해 6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EthCC에서 첫 오프라인 만남을 가지고, 향후 20주간 기여할 프로젝트 주제를 제안하는 발표를 가졌습니다. 이후 매주 업데이트를 공유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업데이트는 문서(주로 HackMD를 씁니다.)를 공유하면서 동시에 매주 Standup Call에서 본인 진행도를 브리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얼마 전 마무리된 Devconnect에서 두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PF Day @ Devconnect Live Stream)

EPF가 종료되면 소속된 펠로우들은 각자 길을 가게 됩니다. EPF는 일종의 쇼케이스이자 등용문으로, 여기서 다른 사람들보다 괄목한 결과를 보여주면 향후 코어 개발 생태계에 진입하기 훨씬 쉬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전 기수에서도 여럿 성공 사례가 꽤 있습니다.

아래는 올해 EPF 관련 자료들입니다.

Personal Thoughts...

Self-motivation

EPF는 펠로우십 기간 동안 그 어떠한 것에 강제성을 두지 않습니다. 매주 업데이트를 공유하는 것도 권장 사항이고, 심지어 프로젝트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아도 명시적인 페널티는 따로 없습니다. 아무래도 코어 개발자들이 대체로 본인 주관이 확실하고, 할 일을 상부에서 받는 개념이 아니라 어찌 보면 목적에 부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펠로우십에서 좋은 결과를 낸 펠로우들을 보면 스스로 할 일들을 직접 찾아서 꾸준하게 실행에 옮긴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코어 개발자 및 EF 리서처들의 멘토링이 일부 포함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1) 그들의 시간은 매우 귀중한 자원이고 2) 소통의 99% 이상이 비동기적,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시간 피드백은 기대하기 쉽지 않습니다. 프로젝트 주제는 각 팀에서 제안을 하지만, 계획을 누군가 떠먹여주지 않아 A to Z(기획부터 실행) 모두 펠로우가 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EPF 설명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도 펠로우십 기간 동안 Prysm의 Radek이 적극적으로 PR 리뷰를 해줘서, 좋은 코멘트들을 많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Documentation & Code

위 멘토링과 이어지는 내용으로, 대부분의 소통은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집니다. 실시간으로 콜을 잡을 수도 있겠지만, 디스코드나 텔레그램을 통한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의 빈도가 높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펠로우십 기간 동안 온라인 콜 없이, 하나의 디스코드 스레드에서 400개가 넘는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꽤나 효율적으로 소통했습니다.

비동기 소통의 특성상 컨텍스트 스위칭이 빈번하고 이에 따라 컨텍스트 자체가 소실되는 경우가 많아, (제가 느끼기에) 제일 효율적인 소통 방식은 잘 정리된 문서 또는 PR의 형태로 코드를 먼저 만들고 링크를 메시지 상으로 포워딩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프로젝트(SSZ-QL)는 아이디어만 존재하고 세상에 없던 것이기에, 구현 방향의 실현 가능성(feasibility)을 파악하는 게 중요했었고 이 과정에서 직접 PoC(Proof of Concept)를 만들어서 보여드렸던 게 많은 소통 비용을 줄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Overall Experience as a Fellow

펠로우십 기간 동안 총 두 번의 행사에 참여했는데, 이때 소속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습니다. EF 및 코어 개발하는 사람들은 EPF의 존재를 잘 알고 있고, 몇몇은 EPF 출신이기도 해서 대화를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같은 기수 펠로우들끼리는 오프라인으로 적어도 한번 이상은 볼 수 있었고, 온라인으로는 매주 만나서 주제를 잡고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들 백그라운드는 달라도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제 전세계 어디를 가도 같이 한끼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긴 것 같습니다.

EPF를 운영하는 Mario와 Josh 덕분에 올해 잊지 못할 경험들을 많이 했네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What's Next? & Conclusion

아직 제 프로젝트 SSZ-QL은 할일들이 조금 남았습니다. Merkle Proof 생성하는 로직을 제 팀메이트 Nando와 함께 마무리를 하고, 이를 beacon-APIs에 공식 제안하는 것이 가장 가까운 마일스톤입니다.

지난 6월에 Prysm 디스코드에 보냈던 메시지

EPF 시작 시점에 주제를 정할 때, Prysm의 E2E 테스트 패키지를 Kurtosis & Assertoor를 이용해 마이그레이션하는 것에도 관심이 있었습니다. Prysm 팀과의 협업하는 경험이 좋았어서 (예시: P2P Sequence Number 해결하기) 이 모멘텀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킥오프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이더리움 코어 개발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분야이나, 이를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EPF는 코어 개발 자체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방향은 제시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펠로우십 자체에 관심이 있거나, 코어 개발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분들이 있으면 저한테 편하게 연락 주셔도 됩니다! (특히 이 글을 읽고 있는 한국 🇰🇷 분들)